헌재, 재판관 8:1로 위헌… “사전심의는 국민 건강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 반대 의견도

헌법재판소는 ‘의료기기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행정제재와 형벌을 부과’하도록 한 의료기기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지난 8월 28일 선고했다.

의료기기판매업체 A사는 블로그에 의료기기 광고를 했는데 ‘의료기기 광고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함으로써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료기기판매업무정지 3일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사는 업무정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당해사건 계속 중 의료기기법 제24조 제2항 제6호를 위반해 의료기기를 광고한 경우’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전주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법률조항에 대해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 사건의 심판대상조항은 의료기기와 관련해 사전심의를 받지 않거나 사전심의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 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 위반에 대해 허가 또는 인증 취소, 업무정지 등의 형정제재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의료기기 광고가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와 보호범위에 포함되는지, 제21조 제2항의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 되는지, 나아가 그 대상이 된다고 할 경우 의료기기법상 의료기기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제도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현행 헌법상 사전검열은 표현의 자유 보호대상이면 예외 없이 금지된다”며 “의료기기 광고는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또는 그 원리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 해당 의료기기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상업광고로서 헌법 제21조 제1항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됨과 동시에 같은 조 제2항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헌재는 ▲식약처장이 의료기기 광고의 심의기준을 정하면서 심의의 기준이 되는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점 ▲심의기관의 장은 매 심의결과를 식약처장에게 문서로 보고해야 하는 점 ▲식약처장은 심의결과가 심의기준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심의기관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심의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심의를 해야 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업무 처리가 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성 및 자율성이 보장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헌재는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로서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된다”며 “이러한 사전심의제도를 구성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번 사건에서 9명의 재판관 중 유일하게 ‘합헌’ 의견을 낸 이영진 재판관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심의업무와 관련해 식약처장 등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로서 그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의료기기 광고 심의제도를 주무관청인 식약처장이 형성하라는 취지이지, 심의 주체가 반드시 식약처장이 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의료기기 광고 심의에 관해 식약처장의 구체적 업무지시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기기 광고에 대한 사전심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아울러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유해한 의료기기 광고를 사전에 차단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그 중요성이 큰 반면, 심의신청이 비교적 간단하고 수수료가 과다하지 않은 점, 심의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재심의를 신청해 다툴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이 제한되는 사익에 비해 작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